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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환의 화폐 이야기 (75) - 금으로의 환생 <호조태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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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6-05-20

오순환의 화/폐/이/야/기 [75]

금으로의 환생 <호조태환권>

 

좀 생소하지만 호조태환권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너무도 잘 알려진 이름이다.

왜냐하면 2013년 8월 27일 “대한제국 최초지폐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 국내로 환수”란 기사가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 시켰고, 2014년 2월 8일에는 “우리나라 최초지폐 경매 시장에 등장, 평가액이 대박!”이란 인터넷 뉴스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기 때문이다. 즉 2010년 10월 2일 제18회 화동옥션에서 호조태환권 1장 낙찰가 9,250만원, 2014년 2월 15일 제26회 화동옥션에서는 낙찰가 6,400만원으로 세간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호조태환권(戶曹兌換券) -

고종의 비애가 서려있는 호조태환권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최초의 지폐이다. 5, 10, 20, 50兩(양) 4종이 그것이다.

고종은 1892년 11월 전환국을 설치하고 산하에 태환서(兌換署)를 설치하였다. 그곳에서 호조태환권을 발행하여 구화폐를 신화폐로 교환하면서 구화폐의 회수를 목적으로 발행한 환표를 말한다.

구화폐란 엽전(葉錢)이고 신화폐는 주화(鑄貨)를 말함인데 고종은 1891년 8월 “신식 화폐 조례”를 발포하고 1892년 5냥 은화, 1냥 은화, 2전 5푼 백동화, 5푼 적동화, 1푼 황동화를 주조 하였다. 이 신화폐를 유통하기 위해 구화폐 회수를 목적으로 호조태환권을 발행한 것이다.

때문에 태환권 중앙, 두 마리의 용이 그려진 가운데 원형에는 액면을 표시하고 그 밑에 “이 환표는 통용하는 돈으로 교환하는 것이다 ”라는 글자가 인쇄되어 있다. 1893년 고종이 대한제국의 경제근대화를 위해 화폐 개혁을 단행했을 당시의 일이다.

 

전환국을 설립하면서 자금이 필요했다. 결국 일본 오사카제동회사 사장 ‘마쓰다 노부유키’로 부터 자금을 빌려 전환국 산하에 태환서를 설립하고 업무를 담당할 책임자로 일본 제58은행 은행장 ‘오미와 쵸베’를 초빙하였다. 그러나 전환국과 태환서를 운영하던 일본인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고 말았다. 화폐개혁을 두고 그들 사이에 일어난 이권 다툼이었다.

화폐개혁을 둘러싼 이권쟁탈이 심각하게 대립하자 우리 조정에서는 대부해온 화폐 발행 경비를 상환해주고 전환국의 운영권을 되찾았다.

1893년의 일 이었다.

그러나 그런 이권다툼은 전환국의 운영권이 일본으로부터 조선정부로 이관 되면서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태환서는 해체되고 호조태환권의 발행 계획도 무산되어 이미 만들어 놓았던 호조태환권은 끝내 유통되지 못한 채 소각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화폐개혁의 실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조태환권은 대한제국이 근대화된 인쇄술로 만든 <최초의 은행권>이란 점에서 역사적·학술적으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특히 2013년 국내에 환수된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은 현재 한국은행 금융박물관에 보관되어있는 것을 포함해 현존하는 3개의 원판 가운데 하나다.

원판규격은 가로 15.875㎝, 세로 9.525㎝, 무게 0.56㎏의 동판(銅版)이다. 이번에 돌아온 호조태환권 원판은 고미술수집가가 갖고 있던 10냥짜리로 덕수궁에 보관돼 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라이오넬 헤이스가 미국으로 반출했던 것을 2013년 9월, 한미 당국 협력으로 62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원판이 회수되기까지는 [007] 같은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다. 2013년 조선닷컴 인터넷 뉴스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덕수궁에 소장돼 있다가 참전 미국인 A씨에 의해 1951년 미국으로 불법 유출됐던 것이다. 그러나 A씨가 사망하자 그의 유족은 2010년 이 원판을 미국 미시간주 소재 경매회사인 '미드웨스트 옥션 갤러리(Midwest Auction Galleries)’를 통해 경매에 부쳤다.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한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부장 이종철)은 불법 반출 문화재라는 사실을 알리며 경매 중지를 요청했으나, 이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경매를 진행했다."

"이후 경매를 통해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을 낙찰 받은 재미교포 고미술 수집가 윤모(54)씨에게도 사정을 설명하고 대금 입금과 인수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주미 법무협력관은 이 사실을 법무부와 대검에 보고한 뒤 미국 국토안보부와 법무부에 형사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고, 우리나라 수사기관의 요청을 받은 HSI(Homeland Security Investigations, 미국 국토안보수사국)는 내사에 착수, 같은 해 6월, 대검 검찰국제협력단과 수사공조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검은 2010년 9월 HSI와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수사공조의 공식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7월 대검을 방문한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호조태환권 인쇄원판 환수를 직접 언급했고, 이후 대검과 문화재청, 미 국토안보부의 '3자 협력'이 이뤄졌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월, HSI는 미국 연방장물거래금지법을 적용, 윤씨를 장물취득 등의 혐의로 체포하고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을 압수했다. 또 이를 경매에 붙인 '미드웨스트 옥션 갤러리' 대표 제임스 아마토(50)씨 역시 장물 유통과 거짓 진술 등의 혐의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자택에서 체포됐다."

 

이제 2016년 1월, 비운의 호조태환권은 금박으로 제조되어 우리들에게 선보인다. 활판으로 인쇄된 진품을 복제한 것으로 디자인은 원형 그대로다. 우선 전체적 인상은 전형적인 4변 윤곽형으로 규격이 큰데다 금빛 찬란하다.

네모서리에 액면을 한문과 한글로 표시하고 아랫변에 제조처인 ‘大朝鮮國 政府典局 製造’를, 좌우측에는 ‘이 환표를 위조나 변조하던지 위조 와 변조를 알고도 통용하는 자는 엄형 처단 하리라’는 경고 문구가 새겨져 있다. 금박 은행권 중앙에는 두 마리의 용과 함께 가운데 “이 환표는 통용하는 돈으로 교환하는 것이다”라는 글귀도 그대로다.

뒷면은 앞면보다 간결하다 “이 환표는 통용하는 돈으로”라는 글귀가 영문 번역되어 담겨 있고, 당시 우표 등에 사용되던 문양이 중앙에 적용되어 있다. 십냥은 영어로 “Ten Yang”이라 표현되어 있으며, 호조태환권을 사용해 신식 화폐로 교환할 수 있었던 태환서는 “Tai Whan Shou”로 표기되어있다.

 

비록 화폐개혁의 실패로 비운의 한을 품고 있는 호조태환권!

이제 대한제국 <최초 은행권>은 순금(24k, 99%)의 금박으로 옷을 갈아 입고 아린 역사의 질곡을 넘어 우리 앞에 보란 듯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120년 만의 환생이다.

그리곤 무언가를 호소하듯 금빛 속삭임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바라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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