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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화동옥션후기(2) _외국 감정기관에 관하여

조회수7034

등록일2005-02-14

화폐의 상태 감정은 대단히 민감한 사안입니다.

부정직한 상인이 가장 속이기 쉬운 것이 바로 화폐의 등급을 실제보다 높여서 판매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감정이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주관적일 수 밖에 없으므로 논란의 여지가 남습니다. 국내 수집가들이 안타깝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가지고 있는 화폐를 감정해 줄 공식 기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 화폐상협동조합(JNDA, 일본) 또는 화폐학협회(ANA, 미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감정전문기관들이 수수료를 받고 감정을 해주고 있습니다만, 이들도 아직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해외 웹사이트에서 수집가들이 정보를 접하면서 미국의 감정시스템(이른바 MS시스템)이나 감정기관에 대해 확실한 이해 없이 “미국 감정은 무조건 신뢰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미국의 감정체계는 시장상황에 맞게 개발된 것으로 모든 나라에서 통용되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미국의 화폐감정시스템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본다면, 현재 미국의 가장 신용있는 감정기관으로는 PCGS(Professional Coin Grading Service)와 NGC(Numismatic Guaranty Corporation) 등이 있는데, 감정받고자 하는 주화를 접수하면 숙련된 화폐감정가들이 감정을 거쳐 플라스틱으로 된 홀더에 일련번호와 감정등급을 표기하여 주면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특이한 것은 미국의 감정등급이 세계에서 유일한 체계 – 미사용, 극미, 미 등에 근거하지만 이를 숫자 1에서 70까지 70등급으로 나눔 – 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1948년 미국의 수집가이자 화폐학자인 윌리엄 쉘든 박사(Dr. William Sheldon)에 의해 제안되었는데, 원래 초기 수집계에는 다음과 같은 3가지의 등급만 있었습니다.

- Good : 도안의 세부는 다 남아 있으나 유통으로 인해 많이 닳은 상태

- Fine : 도안이 훨씬 잘 남아 있고 광택이 약간 남아 있는 상태

- Uncirculated(미사용) : 도안의 세부가 완전히 살아 있고 광택도 남아 있음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은 점차 미사용 중에서도 좀더 나은 주화와 그렇지 않은 주화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며, 이에 따른 가격 차이가 존재함을 인식하게 됩니다. 쉘든 박사는 오래된 미국 1센트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 수집을 하면서 최저 상태의 1센트와 최고 상태의 1센트화 간의 가격차이가 70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러한 논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등급체계를 제안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쉘든 스케일(Sheldon Scale)로 불리우는 오늘날의 미국 상태표기법의 기초가 됩니다. 이러한 쉘든 스케일은 원래 1793~1814 발행된 미국의 대형센트화 만을 위한 것이었으나 지금은 모든 화폐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화폐학협회 공식 상태 등급>

G(열) : 4

VG(병) : 8

F(보) : 12

VF(미) : 20~

XF(극미) : 40~

AU(준미사용) : 50~

UNC(미사용) : 60~70

*미사용(60~70)은 MS라고 표기하는데 이는 Mint State(조폐국에서 바로 나와 일반적인 유통을 거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화폐 감정평가기관이 생긴 것은 1986년(PCGS), 1987년(NGC) 부터입니다. 화폐시장이 점차 커지고 수집가와 화폐상 거래 뿐 아니라 수집가-수집가, 화폐상-화폐상 간의 거래에서 표준화된 상태 등급을 매겨주고 이에 대한 보증을 해줄 제3자가 필요하게 됨으로써, 숙련된 화폐 전문가들이 등급을 매기고, 특수 홀더에 밀봉하여 개봉하지 않는 한 상태에 대해 보증을 해주게 됩니다. 이러한 회사들의 등장과 성공은 20세기 중반부터 미국이 부유해지면서 화폐시장이 비약적으로 확대된 것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또한 이와 맞물려 쉘든 스케일에 의한 감정법은 같은 미사용품이라도 조그마한 차이에 의해 엄청난 가격차이를 정당화 하게 됨으로써 가격상승과 시장확대의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장단점은 무엇인가?

일부 수집가들이 미국 시스템에 호감을 가지는 이유는 화폐상태가 ‘수치’로 표기되므로 훨씬 정확해 보이고, 감정기관을 99% ‘신뢰’할 수 있는 매우 객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역으로, 다음과 같은 위험이 상존하게 마련입니다. ‘수치’로 표현된 상태는 ‘육안’에 비치는 미세하고 주관적인, 경험상의 느낌을 무시하게 되어, 실수가 아닐지라도 진정한 화폐의 매력을 놓칠 수 있습니다. 고가의 화폐 거래에 미세한 상태차이 – 결국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 가 수천, 수만달러를 결정하는데, 결국 감정결과를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일 수 있습니다. 사실 미국시장에서 이러한 시스템이 성공한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맞물린 것입니다. 즉, 충분한 물건, 소비자, 상인이 있으므로 가능했던 것입니다. 역사나 화폐종류에 비하면 미국 시장의 규모는 엄청난 것입니다. (세계화폐시장의 아마 절반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PCGS는 1986년 이래 총 누적된 평가액 160억달러어치에 달하는 9백만개 이상의 화폐를 감정해왔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어떤 기업 또는 단체가 화폐감정 서비스를 유료화 하여 비즈니스로 개발시킬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적정한 수익모델이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 많은 종류의 화폐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 화폐는 주요 감정 대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기껏해야 근대화폐, 현행주화 정도에 국한되나, 그나마 300종이 안됩니다. 또한 감정기관들의 등급에 대해서 오래된 상인들은 10년 전과 비교해 등급기준이 전체적으로 느슨해지는 것을 느낀다는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 즉, 좋은 등급의 가격을 더욱 올리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화폐계 일부에서는 등급기준을 1~70에서 더 나아가 1~100까지로 더욱 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아직도 화폐 표기에 있어 아직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하며, 이름난 전문가, 화폐상 등의 언급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만, 누구도 이것이 비합리적이거나 불편하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물론 완벽한 방법은 여전히 아니지만) 일본의 경우 화페상협동조합에서 감정을 해주고는 있지만 최고의 전문가라도 새로운 형태의 모조품 앞에서 100%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감정 시스템이 국내 화폐계와 수집가들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것인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질문이지만, 가능하면 순수하게 화폐를 학문적으로 취급하는 협회 및 기관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부 상인이나 기업에 의해 주도될 수도 있겠으나,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 장기존속을 기약할 수 없으며, 진정한 화폐 연구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이 훨씬 객관성과 중립성 면에서 유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 한국의 온라인 상에서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화폐열기가 불고 있습니다만, 실제적으로 오가는 담론의 주제나 지식수준은 제한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화폐학 분야에서 ‘전문가의 견해’란 1~2년만에 성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용 있는 화폐상들은 이런 모임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장기적인 투자효과를 볼 것이며, 각종 학문적인 자료를 제공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외국에서도 신용있는 화폐상이란 단순히 규모가 큰 곳이 아니고 수십, 수백년의 경험과 자료, 축적된 지식을 가진 곳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IT강국의 면모를 잘 살려서 수집가-화폐상 상호 보완하는 관계를 정립한다면 화폐감정 뿐 아니라 바람직한 ‘한국형’ 화폐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첨단 시대가 오더라도 화폐수집은 여전히 고전적인 방법이 유효한 분야라는 것을 수집가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폐의 아름다움은 고가의 현미경이나 첨단 설비가 아닌 결국 ‘사람의 눈’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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